세련과는 거리가 먼 곳. 거칠지만 훈훈한 정이 있고, 흥겨운 흥정이 있는 곳. 약간은 조잡하고 투박하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민낯을 만날 수 있는 곳. 서민들의 진솔한 삶이 이야기가 있는 안성시장과 중앙시장을 찾았다.

안성은 교통의 요지로 접근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아 조선의 3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유명했다. 특히 박지원이 쓴 허생전에서 허생이 과일을 매점매석하여 큰돈을 벌었던 지역이 바로 안성장이라고 전해진다.

휴일이 따로 없었던 시대, 장날은 최고의 휴일이었다. 장날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씨름판이나 놀이꾼들이 모여들어 재주를 부렸기에 축제의 날이기도 했다.

그것에 비해 요즘은 안성장이 많이 축소된 감이 있다. 안성 장터는 2일과 7일에 안성 중앙시장 사이의 대로변이나 금산교차로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대형 마트나 대기업 계열의 편의점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도 이곳에는 덤을 두고 흥정하는 사람들의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다. 난전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고될 법도 한데 희망이 한 가득이다. 손님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힘이 넘쳐난다.

전통시장 명맥을 잇고 있는 ‘안성시장’

서인사거리에서 인지사거리 방향으로 가다 보면 표지판이 있는데 왼쪽으로 안성시장 오른쪽으로 중앙시장이 표시가 되어 있다. 가장 오래된 안성시장은 정기시장이 열리지 않으며, 직영점포의 규모가 안성관내에서 가장 크다. 중앙시장이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8년을 넘기지 않는다. 터미널 이전 후 발길이 줄어들다가 상인 회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 중앙시장이라는 이름과 함께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장날에는 안성지역의 특산물을 만나기도 하며, 전국의 장날만 찾아다니는 장꾼들이 모여 평소에 없던 새로운 물건을 가져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찰제가 없는, 인심에 따라 흥정이 오가는 장날의 풍경이 아직도 살아 숨 쉬는 곳이 바로 안성장이다.

안성시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해 이 지역에서는 대규모 및 준 대규모 점포의 등록이 제한되었다. 최근에 전통시장 전기 정밀 안전점검을 펼치며 긴급사항은 즉시 조치하고 대규모 개·보수가 필요한 취약시설은 별도 관리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조치한다는 방침이며 모든 점포에 단독 경보형 화재감지기가 설치됐다. 다년간의 노력 끝에 안성 전통시장 곳곳의 환경이 개선됐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흥정과 소통의 특별함을 경험하자

전통시장은 예로부터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아랫마을과 윗마을의 소식이 전해지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만남과 교류의 장이었다. 실시간으로 많은 소식들이 전달되는 IT시대에 교류의 시장은 더 이상 만남의 광장은 아니다. 다만, 그 안에는 물건과 돈이 만나기 전에 사람과 사람이 먼저 만나는 사람 존중의 정서가 배어 있다. 백화점의 물건도 좋지만 시장의 흥정도 매력적이다. 대형 마트의 편리함도 좋지만 시장의 어수선함도 때론 재미거리이다. 시장은 아이들에게는 ‘장’이라는 곳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매 마른 세상에 정이 오간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산교육의 장이며, 어른에게는 지친 사회생활에 옛 어릴 적 향수를 느끼며 세상은 아직 따듯하다는 걸 잠시나마 느끼게 해주는 친근한 공간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젊은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과거에 비해 많이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 전통시장도 사용액의 30%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현명한 소비자라면 알아둘 일이다. 편한 것과 실용성을 찾으려 하는 사람의 심리가 작용하다 보니 대형마트로 자연스레 발길이 닿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전통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들이 들려온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 이후, 온누리 상품권 장려 등 정부의 정책적인 푸시와 더 싱싱하고 저렴한 것을 찾으려는 알뜰족들의 움직임이 오늘날 전통 시장의 부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점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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