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흥식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정말 그때는 암담했습니다!”

박흥식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2018 수원연극축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수원연극축제는 확실히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20여년을 이어오면서 때로는 호평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계점에 다다르지 않았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이런 식으로 가면 예산 낭비나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까지는 굉장히 위기였어요!”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수원연극축제는 지난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 동안 경기상상캠퍼스(구 서울농대)에서 열렸다. 주제는 ‘숲속의 파티’였다. 연극인, 관람객과 함께 자연이 어우러진 축제였다. 박 대표이사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그렇다면 수원연극축제의 성공적 개최 요인은 무엇일까?

12일 오후 장안구 수원전통문화관 예절교육관 홍재마루에서 박 대표이사를 홍재언론인협회(회장 김삼석, 수원시민신문 대표)에서 만나, 그 뒷이야기를 들었다. 오는 10월에 열릴 수원화성문화제에 대한 구상도 엿볼 수 있었다.

박 대표이사는 화성박물관장, 수원시 문화교육국장, 팔달구청장, 수원시의회 사무국장, 수원시 기획조정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9월 제5대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 올해 수원연극축제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올해로 수원연극축제는 22회째다. 지난 21년 동안 화성행궁 주변에서 축제를 열어왔다. 호평을 받은 적도 있고 때론 혹평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는 굉장히 위기였다. 최근 들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런 식으로 가면 예산 낭비나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작년에 폐지냐 아니냐를 두고 망설일 정도였다.

- 그래서 장소를 옮긴 것인가?

탈출구가 필요했다. 내부 검토 결과 화성행궁 부근에서 하는 것은 더 이상 무리라는 얘기가 나왔다. 장소를 옮기는 것을 고려했다. 경기상상캠퍼스와 광교호수공원으로 압축됐다.

- 위기의 원인이 단지 장소 문제만은 아니지 않나?

정말 그때는 암담했다. 수원연극축제는 수원화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축제다. 그런데도 평가가 안 좋았다. 바꿔 보자는 문제 제기가 됐을 때 ‘야, 어디로 옮긴들 살아날 수 있을까?’ 불안했다.

그런데 논의가 되고 실제로 경기상상캠퍼스에 가서 보니 정말 좋은 숲인 거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는 것을 보고 ‘괜찮다!’ 느낌이 왔다.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의견 일치를 봤다. 수원시와도 다시 협의해 최종 결정을 했다. 경기상상캠퍼스를 위탁관리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더라.

- 경기상상캠퍼스로 옮기자는 의견은 처음 어떻게 나오게 됐나?

지난해 9월 취임하고 보니 이미 장소 문제가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었다. ‘경기상상캠퍼스로 옮기자는 의견을 누가 냈나?’라고 물으니 문화예술부 전경호 대리가 냈다고 하더라. 경기문화재단 관련 업무로 가서 보니까 메리트가 있더라는 것이다. 전 대리가 처음 제안한 것이다.

- 장소 특성상 야외 거리극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예술감독 섭외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차피 극장 안 연극에는 한계가 있다. 수용인원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야외 거리극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적임자로 임수택 감독을 예술감독으로 섭외했다.

임수택 예술감독은 거리극 1세대라고 한다. 거리극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해외에도 인적 네트워크를 많이 가지고 있다. 예산을 2억원이나 삭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수택 예술감독의 역할로 메꿀 수 있었다. 중간 섭외 과정 없이 임수택 예술감독이 다이렉트로 국제 섭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외작품 6개를 선보일 수 있었다.

- 이번 수원연극축제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수원시민들과 연극인들에게 전권을 다 줬다는 것이다. 수원문화재단에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와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작품성도 뛰어나고 관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무엇보다 경기상상캠퍼스 주변 동민들이 자기 행사처럼 일치단결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다. 많은 기관·단체들이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 이번 수원연극축제를 통해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수원시민들의 생각과 우리 수원문화재단의 생각이 다른 게 많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의식구조나 행동패턴을 예측해서 사업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뭔가 다른 게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시민들은 어딘가 매력적인 게 있다고 하면 오는 것이다. 수원시민들뿐만 아니라 성남, 안산, 오산 등에서도 상당히 많은 시민들이 수원연극축제를 보러왔다.

- 정확한 관람객 수는?

경기상상캠퍼스는 정확한 관람객 수를 셀 수 있는 곳이다. 출입구가 딱 3개 있다. 7만명 정도 체크가 됐다. 그래서 대략 15만명 정도를 관람객 수로 추산하고 있다. 보통 한 사람이 오면 수원연극축제 정도의 규모에서는 3개 정도의 연극을 보고 간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너무 관람객 수가 적은 것도 걱정이지만 너무 많이 와도 관람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 성공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개선할 점 역시 있을 것 같다.

‘대박’이라고 많이 표현해 주시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도 많다. 일단 주차문제다. 주차장 외에는 일체 주차를 금지했다. 일체 의전도 배제했다. 농진청에 주차장을 두고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또 하나는 도로시설이 낙후돼 있다. 흙바닥도 많았다. 경기도와 협의하니 더 이상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하더라. 푸드 트럭도 운영하고 미스터 피자도 들어오게 했지만 먹거리 문제 역시 불편했을 것이다.

숲이 우거져 있다 보니 으슥한 곳이 많다. CCTV 설치 등 보안에도 신경 써야 한다.

쓰레기 문제는 예상 외로 시민의식이 높아 발생하지 않았다. 그 많은 인원에도 굉장히 질서정연해서 놀라울 정도였다.

- 그렇다면 내년에도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수원연극축제를 이어갈 생각인가?

아직 정확한 평가는 못했다. 일단 성과를 정리하고, 아쉬운 점도 보완해 정리할 것이다. 그래야 내년 계획도 마련할 수 있다. 아마 내년에도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치를 것이라고 본다.

올해 시민들이 너무 좋아하셨다. 섣불리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3일만 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1달에 걸쳐 주말마다 하는 등 방식도 바꿔 볼 수 있을 것이다.

호응이 좋다보니 경기문화재단에서도 공동개최를 제의해 왔다. 그것도 하나의 변수다. 도비가 투입된다면 예산 규모도 커지고 작품의 질도 높아지고 기간도 늘일 수 있다. 더 질 좋은 연극축제가 될 수 있다.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 하반기에는 또 다른 축제가 남아 있다. 수원화성문화제다. 올해 특별히 주안점을 두고 준비하는 것이 있다면?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은 기본적으로 정조대왕께서 1796년 원행했던 그 행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어서 근본을 흔들 수는 없다. 다만 늘 보완하고 추가할 부분을 바꾸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올해 정조대왕 능행차의 특징이 있다면, 조금 더 시민 주도 축제로 가려고 한다. 시민 참여와 함께 관광객들이 체험할 프로그램을 어떻게 잘 짤 것이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정조대왕 능행차만 해도 시민들은 구경하는 식이지 참여형이 될 수 없다. 수원화성 내 구석구석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내려고 한다.

- 벌써 55회째임에도 아직도 보완할 게 많은 것 같다.

그렇다. 54년 했음에도 계속 보완할 게 나오고 부족한 게 나온다. 무엇보다 정조대왕 능행차의 디테일을,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미흡한 것, 늘 지적되는 것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누가 보러 와도 ‘자신 있다!’ 이런 수원화성문화제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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