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그 기억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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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 기억을 그리다
  • 권오규 기자
  • 승인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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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선 교수가 바늘구멍으로 본 세상”

- 1톤 트럭을 0.5mm바늘구멍 카메라로 개조해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사진을 찍다.

저서 《사진아카데미》머리말 중에서

필카든 디카든
핸드폰이든
바늘구멍이든
그것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창조적인 정신이다”

왜 바늘구멍으로 사진을 찍었을까
왜 핀홀카메라인가?

“바늘구멍에 의해 찍힌 이미지는 아주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트럭 자체의 진동을 막기 위해 탑차 하부 네 곳에 쟈키로 받혀 진동을 막아 촬영. 20인치 흑백필름을 기본으로 사용하였고, 11x14인치 흑백인화지를 3~10매를 연결하여 촬영했으며, 차량 접근이 어려운 피사체는 4x5인치 핀홀카메라, 6x9센티 핀홀카메라를 이용해 컬러 리버설 필름으로 촬영했다.

가장 원시적이고 참을 수 없도록 더딘 핀홀 카메라로 찍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빠른 속도와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이자 성찰이라 하고 싶다. 아마도 초고속으로 손쉽게 찍혀 나오는 자동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핀홀 카메라의 매력은 무엇일까.
핀홀 카메라는 광학 렌즈를 이용하는 카메라와 비교할 때 컬러 색수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관계로 핀홀 특유의 몽환적 색감이 연출될 뿐 아니라 덜 선명한 연초점의 소프트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그리고 비네팅(중심부에서 벗어난 주변부에 검게 나타나는 현상)에 의한 집중효과가 강한 인상을 더해준다. 또한 크기가 큰 네거티브를 간단한 방법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 핀홀 카메라로 찍는 이유가 된다.
「바다! 그 기억을 그리다」

이번 인천직할시에서 전시되는 작품(7월 10일~15일)은 지난 개인전에 이어 핀홀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으로, 우리의 바다를 촬영하였다. 특히 1톤 트럭에 0.5밀리미터의 구멍을 뚫어 만든 ‘자동차 핀홀 카메라’로, 동쪽으로는 거진항에서 울진, 포항까지, 서쪽으로는 강화, 인천, 서천, 군산까지 우리의 바다를 구석구석 찾아 찍었다.

바다에서 나고 자란 작가에게 바다는 원초적 삶의 시작이자 노스텔지어적 대상이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오래 간직해온 기억들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바다에 쉽게 다가가지 않았다. 하루에 한 곳, 하루에 한 장씩, 차곡차곡 느리고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다가갔다. 때문에 사진은, 수 시간을 푸른 바다 앞 카메라 곁에 앉아 이미지가 맺히기를 기다리며, 그간의 삶을 반추하고 또 다른 삶의 시작을 기대하는 작가의 기억과 소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을 얻는데 수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는 요즘, 수 시간의 기다림이 내려앉은 사진 속에서 교수로서의 한 삶을 마무리 하는, 좀 더 느리게 그러나 더욱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작가의 삶의 여유와 성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작품전에서는 20인치 흑백필름에 ‘자동차 핀홀 카메라’로 촬영한 흑백작품과 11×14인치 인화지를 적게는 네, 다섯장에서부터 많게는 십여장을 연결시켜 촬영한 대형 작품과 4x5인치 컬러필름으로 촬영한 핀홀 이미지가 전시된다. 또한 정년을 기념하는 사진집도 함께 발간될 예정이다.

작가 이력

류경선 (1943년생)
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교수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 사진학과 졸업
니혼(日本)대학 예술학부 사진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신방대학원(광고PR전공) 졸업

1982. 조선일보 광고대상 심사위원
1984. 전기통신 100년 집필위원(체신부)
1984. 독립기념관 시제품 심의 평가위원
1986. 서울 아시안 게임, <스포츠/하이테크>기록촬영
1988. 88서울올림픽<올림픽과 정보통신>기록촬영
1993. 대전엑스포 공식보고서 기록촬영 및 편집위원
1994. 문화공보부 광고자율 심의위원
1996. 제35차 세계광고대회 사진세미나 및 사진전 집행위원장
1998. 「98사진영상의 해」조직위원
1998. 대한민국광고대상 집행위원
2003. 뉴델리 세계장애인 기능올림픽대회 「Portrait」부문 심사위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동기와 방법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사진 인생을 걸어 나간다. 어떤 이들은 찍을 주제나 소재를 미리 정해놓고 수십 년을 찍는 다큐멘터리 형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광고 사진을 찍는 커머셜 형이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그런 모든 현실적인 세계를 뛰어 넘어 예술 자체로서의 가치만을 추구하는 파인아트 형도 있다.

내 경우 젊어서는 커머셜 형이었으나 어느 샌가 파인아트 형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 이유를 딱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내 사진인생 40여년을 통해 한걸음씩 내딛다 마침내 도달했던 곳이리라.
..........

그 40년, 오랜 세월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테마는 개인전에 발표하기도 하고, 어떤 테마는 도중에 팽개쳐 버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어떤 테마는 귀중한 보물처럼 간직해 오기도 했다.

여기 ⌜바다! 그 기억을 그리다⌟는 그 오래고 소중한 기억을 담은 작품이다.

나에게 바다는 태어난 고향이며, 유년의 기억이며, 마음의 집이다. 나는 바다를 보면서 낭만으로 가득한 사랑과 우정을 나누었다. 바다를 보면서 꿈을 꾸었다. 내가 바다의 노스탤지어를 더 깊게 남기려 했던 것은 아마 그런 까닭에서일 것이다. “바다와 파도, 갯내음, 수평선 넘어 정겨운 외딴섬…” 나는 그 모두를 찍으려 했다. 바다가 나의 원초적 공간이듯, 나는 가장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바늘구멍 카메라로 바다를 헤매 다녔다.

작업노트 중에서

류경선 교수의 작업 과정

솔직히 고백하자면 바늘구멍 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는 ‘현대사진’이라는 속도의 개념이 나를 어지럽게 했었다.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지금 우리시대의 사진은 너무 낯설고 자극적이다. 물론 이 역시 세상이 변해가는 당연한 이치라 생각하며 다소 긍정은 하고 있지만 그렇다곤 해도 모두가 속도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기술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가 ‘속도’면, ‘느림’은 감속의 기법을 다룰 줄 아는 지혜가 아닐까?

사진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수십만 분의 일의 빠른 셔터로 생동감을 찍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수 시간의 시간을 축적한 광적(光跡)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1톤짜리 트럭에 구멍을 뚫어 아주 느리게 찍었다.

이 작업은 초고속으로 손쉽게 찍혀 나오는 자동화에 대한 거부이자 빠른 것과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에 대한 반성이자 성찰이라 하고 싶다. 또한 그런 점에서 이 한 권의 작품집은 내 사진인생의 중간 보고서이자 내 사진에 대한 사고(思考)의 원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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