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29일‘메르스 현장, 100인에게 듣는다’토론회 개최

“어떠한 질병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감염병 관리 스탠더드를 만들겠다.”

경기도가 오는 8월 초 ‘제2의 메르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감염병관리대책을 발표한다.

도는 29일 오전 10시 20분 도청 신관1층 회의실에서 ‘메르스 현장, 100인에게 듣는다’ 토론회를 열어 지난 70여 일간의 메르스 대응과정을 돌아보고, 메르스 사태의 중심에 섰던 의료진과 자가격리자를 비롯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각 메르스대책본부장과 민관합동 의료위원회 공동본부장으로 도내 메르스 사태 진압을 진두지휘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를 비롯해 원미정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메르스 민관네트워크 참여 병원 등 전문가, 18번째 확진자였다가 완치된 김복순(77세) 할머니, 자가격리 경험자, 구급대원, 자원봉사자 등 모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남 지사는 토론회에 앞서 “메르스 사태 초기에 우리는 허둥대고 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또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반성하고 “경기도에서 시작한 새로운 협업과 소통, 스탠더드가 대한민국의 스탠더드가 되면서 메르스를 하나하나 극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어떤 질병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이어 “토론회에 모이신 모든 분들은 영웅이다. 잘못한 것은 준비가 되지 않았던 중앙과 지방을 비롯한 공무원들이다. 경영상 어려움을 무릅쓰고 협력한 병원, 몸을 던져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운 의료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도민들이 마음을 하나로 합해 메르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에게는 “메르스 사태로 국민의 신뢰와 의료 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깨졌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스탠더드를 경기도가 만들 것이다. 추경과 내년 예산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분명한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부탁했다.

경기도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현재 준비 중인 감염병관리대책에 적극 반영해 구체적인 도 차원의 감염병관리대책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대책에는 도가 메르스 사태를 성공적으로 수습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민관 네트워크와 수원병원의 중점치료센터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과 부족했던 역학조사관 확충, 정보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안을 담는다.

우선 경기도가 전국 광역단체로는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감염병관리본부’를 감염병 관리 컨트롤타워로 삼고, 민간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을 감염병 대응 중심 의료기관로 지정하고, 도내 응급의료기관으로 운영 중인 도내 4곳의 대형병원을 권역센터로, 음압병상 등을 갖춘 대학병원급 병원 10곳을 외래거점병원으로 정하는 ‘1+4+10 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로는 메르스 사태를 키운 요인 중 하나인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와 보건소의 부족한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는 경기도감염병관리본부 내에 민간역학조사관의 역량을 강화해 권역별로 배치하는 한편, 시군 보건소마다 감염병 전문직을 충원할 방침이다. 또 보건소와 민간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도 강화하기로 했다.

세 번째로 원활한 정보공유와 소통을 위해 감염병관리 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감염병 예방부터 발생 시 질병별, 유행단계별 감시시스템을 마련해 감염병 발생단계부터 대응까지 도민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이 시스템에는 감염병 격리병상, 백신, 장비, 방역물품, 질병모니터링 데이터 등을 빅데이터로 구축해 상시 감시체계와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기도 메르스 대응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와 대안이 활발하게 제안됐다.

‘경기도 메르스 대응 상황 평가’를 주제로 발표한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임승관 교수는 “확산 초기에 ‘병원감염’이라는 메르스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도와 교육청, 의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와 현장을 기반으로 한 민관네트워크를 신속하게 가동한 것이 경기도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이어 “민관합동 의료위원회를 통해 수원병원을 중점치료센터로 지정하고 신속한 소통이 가능한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는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한 것도 메르스 사태 진압에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보율 한양대 예방의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경기도 종합대응체계 보완 및 발전방향’ 패널토론에서는 현장 중심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민관네트워크를 통해 수원병원에 파견돼 메르스 치료를 도왔던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 간 전파되는 질병은 공공의 문제, 보건안보의 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신뢰와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번 경기도 대응 과정은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경쟁적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더욱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탁상우 미국방부 역학조사관은 “공중보건 감시체계는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해석해서 필요한 현장으로 다시 신속하게 보내주는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조선일보 보건의료전문기자는 “중앙과 서울시가 소모적 갈등을 빚었던 것에 비하면 경기도는 스탠더드를 세웠다고 할 정도로 잘 대응했다.”고 평가하고 “감염병을 비롯해 안전 문제는 현장 담당자들의 희생만으로 수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장 인력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평소에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보율 한양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진행됐던 것을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점검해서 발전적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메르스 대응을 평가하는 데 있어 여러 영역이 참여하는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본질과 허상을 일깨워줬다. 향후 10년 뒤에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보건의료계는 메르스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감염병뿐 아니라 재난 및 생화확적 위기 대응 등 포괄적인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메르스 사태를 겪은 지역주민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경기도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회복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메르스 완지차, 자가격리 경험자 등 메르스로 고통을 겪었던 도민들의 생생한 체험과 바람의 목소리도 나왔다.
18번째 확진자였다가 완치된 김복순 할머니는 “나라에서 신경써주고 여러분들이 많이 걱정해줘서 건강하게 살아났다. 나를 치료하느라 애쓰신 의사와 간호사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61번 확진환자의 딸로 어머니를 보살피다가 자가격리됐다는 장 모 씨는 “어머니가 병원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자기최면을 걸며 강한 정신력으로 병을 이겨내셨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하고,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찰 정도로 후유증으로 고생하신다.”며 “완치자를 위한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메르스 사투 최일선에서 땀을 흘렸던 의료진, 보건소 관계자, 구급대원 등은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소개하고, 보다 원활한 정보 공유와 예산 및 인력 추가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은 “처음 2주 동안은 보호장비도 없이 무방비로 환자를 봤다. 이번 경험으로 초기대응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의료진에 대한 교육과 훈련 등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스 중점치료센터로 지정됐던 수원병원 안주희 내과과장은 “이번 사태로 희생을 치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감염병 대응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길을 찾느라 다시 고생하지 말고 있는 길을 탄탄히 닦고 실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조경숙 경기도간호사협회장은 “메르스 확진환자 중 39명이 보건의료 종사자였고 이 중에 15명이 간호사였다. 1명의 간호사가 8명 이상의 감염병 환자를 보면 감염병이 증가한다고 한다. 감염 관련 인력 보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택소방서 정동숙 구급대원은 “구급대원을 통한 확산을 막기 위해 반드시 보호복을 입고 출동해야 하는데, 초기에는 익숙지 않아 출동이 2~3분 늦었다. 출동이 늦는다고 서운해 하셨는데 마음과 달리 늦어진 것을 사과드린다.”며 “또 초기에는 환자 정보파악이나 이송병원 파악이 어려웠다. 앞으로 감염병 관련 민관네트워크가 구성되면 소방분야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메르스 피해자 심리치료를 지원했던 오민숙 평택시정신건강증진센터 상임팀장은 “심리치료를 위해 우선 대상자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유가족의 경우 치료비 지원 기한이 1개월로 짧아 실질적 지원이 어려웠다. 예산확대가 필요하다.”고 토로하고 “일부는 심리치료를 또 다른 격리로 인식해 거부하셔서 굉장히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작의 길에서 오늘 토론회에서 해주신 생생한 목소리는 새로운 스탠더드를 만드는 데에 귀중하게 쓰일 것.”이라며 “지금까지와 똑같은 열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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