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 폐막 후 남은 씁쓸한 ‘뒷이야기’

지난 11일 개막했던 제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14일 막을 내렸다.

자라나는 체육 꿈나무들을 위한 '희망·행복·화합의 체전'이라는 표어 아래 개최된 이번 소년체전. 그러나 ‘희망·행복·화합’ 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경기 종료 후 빈 공간에는 학부모들의 원성만이 자자할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시되었던 점은, 체전이 ‘삼복더위’에 개최돼 선수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

선수들 땡볕 더위에 탈진, 구급차까지… 상처뿐인 8월의 소년체전

체전이 8월 한여름에 개최된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방학 중에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체전에 참가한 선수들은 기껏해야 초등학교 5·6학년에서 중학생에 이르는 어린 학생들에 불과하다. 체전 내내 경기가 개최된 대전의 기온은 33도를 웃돌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폭염을 어린 선수들은 ‘학기 중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감내해야만 했다.

경기를 관람하던 대전 중학교 3학년 학부모 김병손 씨는 “날씨가 굉장히 더워서 아이들이 탈진상태까지 되고 앰블런스에 실려 나가고 하는 상태가 됐다”며 “소년체전을 5,6월 달에 하다가 8월 달에 하니 선수들 몸에 무리가 오는 것 같다”며 문제점이 시정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코치와 학부모 위주로 체전이 방학에 개최된다고 수업결손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여론이 일고 있어 ‘상처뿐인 8월의 소년체전’이라는 비난을 피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국소년체육대회 홈페이지에서 ‘김감독’이라는 작성자는 “수업결손이란 경기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연습 중에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6월에 소체(소년체전) 할 때는 소체 끝나면 오로지 수업에 힘써 공부해 왔다”며 “8월 방학 중에 한다고 하여 7,8월 뙤약볕에서 긴 시간을 수업도 결손 해 가며 연습했다. 더워서 쓰러지기 까지 했다”고 방학 중 개최되는 소년체전의 비효율성에 대해 역설했다.

초등부 야구 경기, 비 온다고 ‘제비뽑기’로 승부 결정

게다가 여름철에 장마·태풍 등으로 비가 잦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에 대한 대책 수립도 매우 미흡했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비가 온다고 제비뽑기로 승부를 정한 초등부 야구 경기를 염두에 둔 비난이다.

전국소년체육대회 홈페이지에 작성자 ‘초등야구아빠’는 “이번 체전에 나오기 위해 지난 겨울부터 시린 손 후후 불어가며, 폭염 속에 땀띠가 온몸을 휘감아도 그들은 모든 고통을 인내해왔다”며, “종이 한 장으로 승패를 결정짓게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이틀 밤을 잠조차 잘 수가 없었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어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목 하에 치러진 소년체전...그렇다면 비가 오면 다음날로 연기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다음날 수업이라도 하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누구를 위한 체전인가?

체전이 막을 내린 지난 14일로부터 약 이틀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선수와 동행한 학부모와 경기 관람객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습침해 안하겠다고 모두들 휴가 가는 한여름에 경기, 비 온다고 추첨으로 승부결정, 1년 동안 예선대회 거쳐 피나게 연습한 불쌍한 학생들의 낭패감”은 누가 책임지느냐는 것.

폐막 후 씁쓸한 ‘뒷이야기’ 들만이 남아 8월의 소년체전을 ‘추억’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소년체전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대회 전 소년체전 폐지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체육회가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는 대한체육회에서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의 후원으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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