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강행으로 여주·종교계 "떠들썩"한데…

6.2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빅3 중 유일하게 '온전한 승리자'로 당선될 수 있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불과 한 달 여 전인 당시의 김 지사는 여당의 참패에 관해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의 민심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고개를 숙였었다. 그 순간 '김문수' 만큼은 지방선거를 통해 불어온 민심을 통찰해낸 듯 보였다. 그랬던 그의 최근 '입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김 지사가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해 여주 군민의 90% 이상이 찬성하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해 여주 군민들의 분노를 샀을 뿐 아니라, 양평 두물머리 팔당 유기농단지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농가들과 천주교계을 겨냥해 "(유기농민들이) 남의 물통에서 농사짓고 있다. (천주교 사제들이) 물통 안에서 기도를 한다고 하는데 무엇을 기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종교계와의 분쟁 또한 종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선거 유세 첫 날,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와 심재인 수원시장 후보가 수원역에서 가진 공동유세 현장을 기자는 기억하고 있다. 자리에 참석한 원유철 의원이 "경기도지사, 말꾼 말고 일 잘하는 일꾼을 뽑으라"는 취지의 말로 김 지사의 선거 유세를 펼쳐나가자 김 지사는 이에 대해 "일만 잘하는 게 아니고 저도 말 잘한다"고, 이어 "나는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으면 대통령에게도 쓴 말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호응했다.

최근 인터뷰를 통한 김 지사의 언행을 보고 있자면 '일만 잘하는 일꾼'으로 오인(?) 받았던 일이 퍽 억울했을 법도 싶다. 선거 참패 후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힌 것을 기점으로, 그가 하는 말들이 연일 화제가 되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4대강 사업에 초지일관 "적극 추진"

그 중심에는 4대강 사업이 있다. 김 지사는 "4대강 사업, 다른 지역에서 안하면 경기도에서 하겠다"며 4대강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6.2 지방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70~80%가 4대강 사업의 축소나 중단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독 김 지사는 4대강 사업에 집착하고 있는 판국이다. 지방선거 참패로 인한 '여소야대'의 구조에서 민심을 통찰한 줄 알았던, 서민에게 고개 숙이고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줄 아는 김 지사기에 더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여주 사람들 90%이상이 찬성한다" "4대강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주주민 아니다"는 김 지사의 말에 '남한강을 사랑하는 여주사람들’과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여주교사모임’, ‘원불교 여주교당’, ‘민예총 여주지부’ ‘전교조 여주지회’를 비롯해 선대현 대한성공회 여주교회 신부 등이 28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앞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여주군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 지사가 그동안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여주군민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호도 하고 있다”며 김 지사의 각종 발언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해 나갔다. 김 지사는 여주 사람들 90% 이상이 찬성한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밝혀야 한다는 것과 4대강 사업으로 여주의 물이 깨끗해진다며 관광지가 생긴다고 호도하지 말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그 후인 7월 1일, <G뉴스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4대강과 관련해 “여주지역 주민들은 2천년만에 발전할 수 있는 최고 기회를 맞았다고들 하시더라"고 발언했다. 이어 "여주엔 세종대왕릉, 신륵사, 명성황후 생가, 신세계첼시아울렛, 골프장 이외엔 없다"며 "그런데 강을 3개의 보(洑)로 막으면서 그 주변이 관광명소가 되고 자갈모래 채취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 "사정이 이런데도 다른 지역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기존의 논리를 굽히지 않는 초지일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꾼' 김문수, '무한섬김' 정신 잊지 말아야

많은 경기도민이 여당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김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여소야대'의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가 재임에 성공한 이유는 그의 '말' 때문이 아니라 '일' 때문이었다. 무한섬김의 정신으로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 다가서겠다는 '일꾼' 김 지사의 약속을 다시 한 번 믿은 것이다. 아무리 그가 여당의 '유일한 승리자'로 우뚝 선 채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오르내리고 있더라도, 도지사로서의 약속은 오로지 도민을 위해 지켜져야 한다. 옳다고 판단한 것을 밀어부치는 리더쉽이 현재까지의 그를 존재하게 했지만, 그로 인해 소외되는 새로운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문수의 말, 말, 말!'이 어디까지 꼬리를 물지는 미지수지만, 현 상황으로 봐서는 그의 '말'들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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