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라!

인간사의 어떤 위대한 이야기도 대자연의 흐름 앞에서는 작은 에피소드가 된다. 햇살이 명도를 조금씩 낮춰가는 요즘, 경기도 안성시는 ‘안성맞춤남사당바우덕이축제(10.1~10.5/ 안성맞춤랜드)’로 10월을 시작한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 맑은 호수와 나즈막한 산, 숨소리가 멈출 듯 고요한 성지와 천년 고찰의 위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 바우덕이축제와 함께 둘러보면 좋을 안성시의 관광 명소 8곳, 안성8경을 소개한다.

금광호수_ 연인과 함께 추억 만들기

안성은 호수를 찾아오는 전문사진작가들이 많다. 그만큼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 호수의 전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금광호수는 빼어난 경관과 굽어진 드라이브길로 유명하다. 요즘처럼 가을 햇살이 자연에 뚜렷한 명암을 만들어 선명한 색을 입히고, 붉은 단품이 물들어 갈 무렵이면 그 경치가 절정을 이룬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호수변을 끼고 진천 방향으로 향하는 드라이브 코스는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다. 호숫가 어디에나 차를 멈추고 바라보면 은빛 물결 반짝이는 물결이 평온을 선물한다.

드라이브 길에는 북 카페에서 맛 집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를 즐길만한 곳들이 많다. 진한 아메리카노 향기 속에 취해 호수의 전경을 바라볼 수도 있고 얼큰한 매운탕을 맛보며 전원적인 분위기 속에서 쌓인 피로를 털어버리기에도 좋다.

금광호수는 V자 형태의 호수로 주변에 오염원이 없어 맑고 깨끗하다. 그래서 경기 남부권 최고의 낚시터로 강태공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 도로와 인접해 있어 낚시하기도 편리하고 좌대, 연안낚시 모두 잘 잡힌다. 계절마다 다르지만 가을철에는 최상류 수초 밭에 떡붕어 월척이 잘 잡히고 특히, 겨울철 빙어 낚시가 유명하다.

지친 마음을 씻는 상쾌한 드라이브 코스에 이색적인 카페와 맛집, 그리고 자연에 묻혀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 금광호수에서 일상을 잊고 재충전의 시간을 낚아보자.

금광면 금광리, 한국농어촌공사(안성지사) 호수담당 031_673-9771

칠장사_ 칠현산이 품은 천년 사찰

입구에서부터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푸른 노송이 반기는 칠장사는 단아함 속에 천년고찰이 주는 웅장함이 숨어 있다. 이곳은 어사 박문수, 의적 임꺽정, 궁예의 얼이 서려 있는 곳이며, 산사를 품고 있는 칠현산의 풍광이 아름답다. 대웅전에 벗겨진 단청은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몇 번의 화재로 중건된 것이지만 담백한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끈다. 대웅전을 지나 산신각으로 오르면 사찰을 품고 있는 칠현산의 단풍이 홀연히 물들어 있고, 기와로 쌓아올린 특이한 담장이 보인다. 기와 담장위에 쌓아놓은 작은 돌들에서 소박한 희망과 소원을 느낄 수 있다.

칠장사에 가면 연세 지긋한 문화관광해설사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외할아버지처럼 자상한 미소를 품고 임꺽정에 등장하는 일곱 도적과 병해 스님이야기, 인목대비의 전설과 일화, 사천왕 이야기 등 구수한 입담을 통해 듣는 이야기는 듣는 이의 마음을 동심으로 돌려놓는다.

가을 칠장사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을 떠올릴 정도로 정겹고 고요한 모습으로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다른 큰 사찰들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자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포근한 칠현산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 찾아온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싼다.

죽산면 칠장리 764, 031_673-0776

비봉산_ 안성 시민의 안식처

비봉산은 해발 227.8 미터의 야트막한 산으로 안성시민들의 휴식공원과도 같은 곳이다.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휴식처와 헬스장, 베드민턴장 등 운동시설과 산책하기 좋은 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주중이나 주말에도 많은 안성시민들이 찾는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장수가 앉아 흔적이 남겨졌다는 장수 바위가 있고 안성시가 한 눈에 담긴다. 철따라 시화전이 열리기도 하며, 완만한 코스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사람들을 산으로 불러 모은다. 산등성이를 적시는 낙조는 등산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보개면, 산림조성팀 031_678-2563

고삼호수_ 새벽 안개 속 몽환적인 낭만

 

고삼호수는 이른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풍경과 푸른 물 위에 떠 있는 수상좌대, 밤 새워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모습이 떠오르는 운치 있는 호수다. 씨알 굵은 물고기들이 잘 낚여 낚시터로 유명하며 호반을 따라 연결된 드라이브 코스는 낭만을 더한다. 특히, 이곳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셔터를 누르는 사진작가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곳이다. 피어오르는 새벽 안개 속으로 흘러가는 나룻배의 느린 영상은 보는 이의 마음을 기도처럼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주변에 장어구이, 매운탕으로 솜씨 좋은 맛 집들이 많아 당일 여행지로 좋다.

고삼면 월향리 102, 한국농어촌공사(안성지사) 호수담당 031_673-9771

석남사_ 단아한 천년고찰 아래를 흐르는 계곡

 

석남사는 천년고찰로 통일신라 문무왕 20년(680)에 고승 석선이 세웠다. 고려 초기 혜거국사가 중창한 사찰이다. 가을에는 단풍진 붉은 산 기슭아래 푸른 소나무 숲이 조화롭게 어울려 동양적인 정취를 풍겨온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새색시의 모습 같다. 단촐하면서도 당당해 보이는 대웅전과 보물 제823호로 지정된 영산전의 조화가 오랜 역사의 기품을 드러낸다. 여름 피서객들로 시끌벅적하던 계곡도 가을이면 청아한 물소리와 함께 본연의 자태를 드러내며 빼어난 품새를 자랑한다.

금광면 상중리 508, 석남사 031_674-1444

미리내 성지_ 따뜻한 순교의 땅

 

미리내 성지로 가는 길에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반긴다. 마치 옛날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의 고통을 달래 듯 여릿여릿 아프지만 씩씩한 모습으로 밝게 피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의 묘가 안치되어 있는 이곳은 천주교 103위의 성인 시성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웅장한 성당이 있다. 미리내 성지에 들어서면 마치 이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발걸음 소리 하나, 새소리 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겟세마네 동산, 피정의 집, 사제관, 수도원, 수녀원 등이 있어 신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고요 보다 한층 더 깊은 고요가 주는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숭고한 공간, ‘미리내 성지’이다.

양성면 미산리 141, 미리내성지 031_674-1256~7 www.mirinai.or.kr

죽주산성_ 역사를 음미하며 걷는 산성둘레길

죽주산성은 고려시대에 몽고군이 여러 차례 이곳을 공격했고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도 적을 맞아 싸웠던 격전지로 조상들의 호국정신이 깃든 역사의 현장이다. 죽주산성은 본성, 외성, 내성 세 겹으로 만들어진 돌성으로 대단히 견고하면서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산성이다.
죽주는 충청, 전라, 경상도의 삼남과 서울을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이자 군사 요충지였다. 성안은 사방이 나무로 둘러쳐진 오목한 산세가 비바람을 막아준다. 세월을 말해주는 이끼 낀 성곽을 따라 둘레길을 걷다보면 안성은 물론, 이천·장호원이 시원스레 시야에 들어온다.

죽산면 매산리 산 106, 문화재팀 031_678-2503

서운산_ 여유롭고 풍성한 산행

 

산세가 부드럽고 아담한 서운산(547m)은 수도권과 당일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청룡호수와 마둔호수 등 그림 같은 호수의 조망이 아름답고 산자락에 천년고찰 석남사와 청룡사가 있어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아담하고 바위가 거의 없는 유순한 산세로 초보자도 얼마든지 산행을 할 수 있다. 부드러운 산길과 아름다운 숲, 호젓한 산사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서운면 북산리 산 2, 산림조성팀 031_678-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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