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아울렛 들어선 지 6개월 만에 이천 문화의 거리 쑥대밭 됐다!···
패션 및 잡화 점포 상당수 매출 반토막, 거의 대부분 업종 매출 감소
이천시 상인연합회장, “명품만 판매, 재벌과의 지역 상생 새빨간 거짓말이다”

“명품 아울렛 생긴 후 점포 상당수의 매출이 반토막났다. 해외 고가 명품만 들여오겠다, 지역 상권과 중복되지 않는 품목만 들여오겠다고 했으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재벌과 상생협의된 사례가 없다. 성공사례 있다면 데이터를 가져와봐라. 수십 년 장사하던 사람들이 일자리 잃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이고 행정인가. 아울렛 허가는 재벌 특혜주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중산층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4~50대가 되면 직장에서 나와 자영업자 되는데 재벌들이 유통업에서도 다한다면 서민들은 꿈도 희망도 없어진다. 재벌들이 번 돈은 서민경제로 돌지 않고 빈부격차를 벌리고, 사회를 더욱 살기 힘들게 만든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조철현 이천시상인연합회장)

기자는 13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과 주변 지역 상가를 현장 방문했다.

이곳을 찾은 건 현재 지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롯데펜타빌리지에 대해 곽 시장 측이 명품 아울렛으로 성격 규정하면서 비슷한 사례 지역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산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지역 아울렛 주변의 상권 매출이 8% 상승했음을 확인했다”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한 검증도 필요했다.

이천의 상인들은 한결같이 “장사가 안돼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상가가 잇따라 문을 닫는데 무슨 자료로 그런 미친 소리를 하느냐”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오산시가 어떠한 근거로 이천시 지역 상권의 실태와 동떨어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언론들의 기사화를 유도했는지 의혹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 명품 아울렛 개장 후 절망에 빠진 창전동 문화의 거리
창전동 ‘문화의 거리’는 서울에서 충주로 이어지는 국도변 길목에 위치해 일찍부터 이천시뿐만 아니라 인근의 여주시, 양평군을 합쳐 최대 상권을 형성했다. 하이닉스 반도체 등의 영향도 컸다고 한다.

1km 가량 일직선으로 형성된 상가엔 의류 패션을 중심으로 신발, 잡화, 화장품, 귀금속, 음식점 등 다양한 업종의 점포가 밀집돼 있다.

활기찼던 상권이 몰락하기 시작한 건 직선거리로 6㎞ 정도 떨어진 곳에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이 개장한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재벌의 명품 아울렛이 개장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창전동 ‘문화의 거리’ 패션 및 잡화 점포 상당수는 매출액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쑥대밭이 됐다.

상가 거리에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음식점, 화장품, 귀금속 등 대부분의 업종 점포 역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장사가 안돼 매물로 내놓는 점포가 늘고 있고, 빈 점포에는 ‘땡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장사가 잘 돼 한때 10평(33㎡) 당 1억원에 달하던 권리금은 현재 4000만~5000만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장사가 안되는 상인은 업종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창전동 문화의 거리에서 장사가 안돼 매물 점포가 잇따라 나오고, 업종을 전환하고, ‘땡매장’이 생기는 건 얼마전까진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 명품만 판매한다던 재벌과 이천시, 약속 뒤집어
조철현 이천시 상인연합회장은 “처음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추진시 이천시는 명품 브랜드만 팔겠다고 이행확인서까지 써 줬지만 실제 진행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외부 방문객이 이천 쌀밥 먹고 온천에서 목욕하고 간다고 시가 홍보했으나 그렇지 않았다”면서 “원스톱으로 아울렛에서 쇼핑하고 그곳에서 먹고 떠나간다”라고 말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은 의류, 신발, 가방, 어린이 장난감, 시계 귀금속, 커피전문점, 선글라스 안경점, 식당 및 유명 식음료 프랜차이즈 등 모든 업종의 점포가 들어와 있다. 한 곳에서 쇼핑과 외식이 가능하다.

편리한 쇼핑 동선, 깨끗한 화장실, 휴식 및 문화 시설 등으로 다른 곳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설계돼 있다.

소비자들은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또 다른 상권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전국적으로 아울렛, 복합쇼핑몰이 지역 경제와 상생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주변의 상권을 공동화시킨다. 대형마트가 골목 상권을 붕괴시킨 것과 동일하다.

조 회장은 “매출이 4~50%가량 줄어든 점포들이 많다. 내 경우는 직원을 4명 썼었는데 현재 2명으로 줄였다. 매출이 60%는 줄어들었다. 노스페이스는 직원이 6명이었는데 현재 주인이 직원 한명 데리고 운영한다”고 전하면서 “수십 년 장사하던 사람들이 일자리 잃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기자가 “주변 이천시 상가의 매출도 지난해 대비 8% 증가됐음을 확인했다라고 오산시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하자, 조 회장은 버럭 화를 내며 “어느 자료 갖고 그런 소리 하냐. 점포가 계속 문을 닫고 땡처리하는 상황인데. 미친 소리다”라고 격앙했다.

◇ 매출 반토막, 미래 희망이 없다
매출 감소는 특히 패션의류의 업종이 심했다.

여성 및 남성 의류와 옷, 가방,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LG fashion의 매니저는 “아울렛 생긴후 매출 감소가 심하다. 거의 50% 줄어들었다. 목, 금, 토가 피크인데 요즘엔 토요일에도 손님이 거의 없다. 신상 20% 할인해도 판매가 안된다”면서 “한 달 매출이 8천만원 정도였는데 4천8백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자기 건물이기 때문에 장사하지 손익분기점이 안 나온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아울렛이 들어오면 지역 경제와의 상생효과는 전혀 없다. 돈이 본사로 유출돼 지역에 돈이 돌지 않는다. 모든 업종이 타격받는다”면서 “일자리 창출도 매니저는 본사에서 파견하고, 점원 가운데 일부만 지역 사람을 쓴다. 고용된 직원은 롯데 직원이나 본사 직원이 아니다. 임금도 낮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임시직일 뿐이다”라고 이천의 실태를 고발했다.

상인들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30살부터 시작해서 장사한지 20년이 넘었다는 여성복 점포 YETTS의 사장은 얼마전 아예 점포를 내 놓았다. 수익을 낼 수 없고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롯데 아울렛에 이어 이랜드 NC 뉴코아가 들어온다는데 더 이상 버틸수가 없다. 골목상권은 힘들어졌다. 이제 장사는 끝났다. 뭘해서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이다”라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IMF 때도 장사를 유지해 왔으나 재벌 아울렛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틸수가 없다. 상가의 영업시간도 전엔 10시 정도에 문 닫았는데 최근엔 대부분 9시면 닫는다. 점포 망하고 지역 경제가 죽으면 학원, 음식점, 노래방 등 거의 모든 업종이 영향받는다. 그러나 시민들은 당장의 쇼핑 편의성만 생각한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명품 아울렛이 생긴후 문화의 거리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 등장했다. 일명 ‘땡매장’들이다. 장사가 안돼 내놓은 점포를 단기간 동안 빌려 제품을 판매하곤 떠난다. 이러한 형태는 그만큼 상권이 죽어간다는 의미이다. 10여 곳의 ‘땡매장’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문화의 거리 주력 품목도 전에는 의류 브랜드가 많았으나 최근엔 커피숍, 휴대전화 대리점, 화장품 가게로 대체되고 있다. 물론 그 업종도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런데 의류 업종의 장사가 안되니 상점이 계속 바뀐다.

“그만큼 이익을 내기 힘들어지고 상권이 몰락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신발 품목도 아울렛이 생긴 후 직격탄을 맞은 업종 가운데 하나이다.

김 모(30살, 남) 점장은 “아울렛이 생긴 후 초반에 4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 해마다 20% 이상 매출이 상승 중이었는데 아울렛 생긴 후 오히려 20% 줄어들었다. 실질적으로 40%가 줄어든 셈이다. 우린 전산 처리하기 때문에 매출 경향을 정확히 집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렛이다보니 주말에 특히 매출 감소가 심하다. 평일에 2~30% 감소라고 하면, 주말엔 50% 정도 감소한다. 오픈하고 나서 몇 달동안은 주말에 하루 매출이 천만원 정도에서 3백만원 정도까지 줄어들었다”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1, 2층 각각 50평씩 100평 규모의 잡화 점포인 산타크로스의 김 모 사장(40대 후반, 남) 역시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었다. 경기 탓도 있겠지만 아울렛 들어선 것이 영향이 크다. 심할때는 매출액이 50% 반토막 났고, 평균적으로 30%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 돈 쓰는 사람들, 마음먹고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이 아울렛으로 빠져나가면서 매출이 타격받는다”면서 “작년 12월 아울렛 오픈 직후부터 매출 감소를 피부적으로 체감한다. 몇 달동안 매출이 50% 줄어들었고, 계속 심각한 상황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이대로는 못버틴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아울렛의 영향은 전방위적이다. 의류, 신발, 잡화뿐만 아니라 요식업과 다른 품목까지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닭갈비, 철판볶음밥, 쟁반국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유가네 이천점의 사장(30대 초반, 남)은 “아울렛이 생기면서 지역에 중심 상권이 두 개로 나누어지니 아무래도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줄어들다 보니 매출 감소가 피부적으로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목걸이, 시계, 반지 등을 판매하는 귀금속 점포 상인도 “주말 장사인데 주말에 사람 자체가 다니지 않다 보니 매출이 줄었다. 전에는 매장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했었는데 요즘은 단골 손님 외엔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 왜 평생 일군 재산, 한 사람의 시장이 위협하나

재벌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골목상권을 파괴해왔던 재벌은 여론 악화와 사회적 규제로 이윤 확대의 위기에 몰리자 아울렛과 복합쇼핑몰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기자와 이천의 실태 취재에 함께 동행한 지역의 한 작가는 “5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 쇼핑몰이 들어서면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느냐. 지역 상권 몰락시키고 부를 재벌이 빼가는 것 아니냐”면서 “재벌이 독식하는 것보다 조그만 가게 여럿이 나누어 갖는 것이 건강하게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재벌은 중앙으로 돈을 가져가지만 가게에서 쓰여진 돈은 지역에서 돌게 된다”라고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

우리가 편리함과 화려함,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몰돼 재벌에 포섭될수록 이웃의 생존권과 지역 경제의 몰락은 현실화된다. 결국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자신에게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역 사회에 우울한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결국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다.

“평생 고생해서 겨우 가게 하나 장만했다. 왜 시장 한 사람의 판단으로 가족이 겨우 먹고사는 걸 위협당해야 하느냐.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시장이 오히려 우리를 죽이려한다. 이 나이에 다른 걸 할 수도 없다. 펜타빌리지 들어오면 중소상공인들은 끝장난다. 오산을 떠나야 한다”라는 오산 1번가 상가 번영회 한 상인의 절망적인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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