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평화복지재단 사무총장 박병환.

[경기eTV뉴스] 최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의 예산 삭감과 관련해 ‘돌봄의 공공성이 와해됐다’, ‘공공돌봄의 위기이다’라는 말이 무성합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사회서비스원은 공공(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돌봄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모든 시민에게 적절한 돌봄이 제공돼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공유한다. 즉 치매나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이 있는 고령자, 공격적 성향의 장애인, 거동이 매우 불편하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 등 민간기관에서 꺼리는 돌봄의 영역을 감당한다는 기대와 염원이 있었다” 그런데 예산 삭감으로 공공돌봄 혹은 돌봄의 공공성이 무산될 위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이 그런지 따져 볼 일입니다. 우선 ‘공공이 관련 서비스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됐는지를 보겠습니다.

서사원 돌봄 근로자들은 정규직, 월급제로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조건에서 근무합니다. 반면에 민간기관 종사자는 계약직에 시급제로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겪고 있습니다.

더해 서사원 근로자 중 59.2%는 하루 평균 3.83시간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월평균 급여로 225만원을 받고 있다(2021년 통계자료)고 합니다. 이를 민간 시급제(1만1000원/h)로 환산하면 민간근로자는 한 달 25일 이상 주말 없이 평균 8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서사원 돌봄 근로자는 근무와 상관없는 질병으로도 1년에 60일간 임금의 100%를 받는 병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밖에 민간에 없는 복지제도 등을 감안하면 확실히 근로조건은 개선됐습니다.

문제는 그 혜택이 극히 일부에 그친다는 사실입니다. 서울시에 등록된 전체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총 10만6101명이고 서사원은 249명입니다(2022년 11월 현재). 전체 대비 0.23%로 한줌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공공성(公共性)’의 개념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그러니 0.23%로 공공성을 말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두 번째, 치매나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자, 공격적 성향의 장애인,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 등 소위 민간이 기피하는 돌봄의 영역을 현재의 서사원이 감당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가 대답입니다.

서사원의 민간기피 사례 비중은 2020년 12.7%, 2021년 11.2%, 2022년 22.6%입니다. 공공돌봄이라 자신 있게 명함을 내밀기 위해서는 80% 이상은 돼야 하지 않을까요? 근로조건은 몹시 개선됐는데 공공성은 영 확보를 못 한 셈입니다. 설립된 지 4년이 지났는데 말이지요.

오히려 이러한 서비스가 의뢰될 경우 서사원의 일부 돌봄 근로자는, “힘들어서...”, “집에서 거리가 멀어서...”라며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공공돌봄 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세 번째, 위의 민간기피 돌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24시간 근무체계가 기본입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의 손길은 시(時)도 때(所)도 없기 때문입니다.

서사원은 어떤가요? 9to6 체계(9시 출근 6시 퇴근)로 그렇지 못합니다. 아침 9시 전이나 저녁 6시 이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그것이 여의치가 않다고 합니다.

작년 5월경 공공운수노조의 지부장 선출로 돌봄 공백이 생긴 중증 와상 장애인이 서사원에서 민간기관으로 이양됐다고 하는데요, 공공돌봄이라는 말이 민망할 지경입니다.

위에 열거된 사항들을 볼 때, 현재 서사원에 공공돌봄의 기능 내지 돌봄의 공공성은 존재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민간에서 할 수 있는, 민간에서 하고 있는, 민간 수준의 돌봄서비스를 그저 공공기관이 세금을 써가면서, 그것도 0.23%의 서사원 돌봄 근로자에게만 혜택을 주며 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금으로 특권층을 양산한 셈이지요.

그야말로 무늬만 공공돌봄인 것입니다. 예산 삭감으로 마비되고 와해될 공공돌봄 기능 자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항간의 공공돌봄 위기설은 어찌 보면 실상을 모르는 혹은 알면서도 외면하는 공허한 말장난이거나 0.23%도 안 되는 특권층이 자기 밥그릇을 사수하려는 욕심뿐인 아우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산 삭감을 계기로 해야 할 일은 정해졌습니다. 사측은 기존의 안일한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닦고 조이는’ 심정으로 자체혁신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노측은 기존에 누리고 있던 비정상적인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를 전제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공공돌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양측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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