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이천호국원 김선애 주무관

[경기eTV뉴스] 젠가 게임을 한번쯤 안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잘 쌓여진 나무블록을 하나씩 빼면서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아슬아슬하게 무너질 듯 말듯한 모습을 보며 게임은 최고조에 이른다. 블록이 무너지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어떤 블록을 빼더라도 젠가 게임의 종착역은 블록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국립이천호국원 김선애 주무관.
국립이천호국원 김선애 주무관.

직업은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주 직장을 바꿀지언정 직업을 다양하게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네’라는 말은 요즘 대부분 축적된 ‘부’와 비례하여 해석된다. 자본주의(資本主義)라는 말을 풀이하면, 주(主)는 ‘주인 주’자로 즉, 돈이 주인인 세상으로 요즘 말로 ‘현타’가 오는 직설화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자본이 주인인 사회의 경쟁 구도 속에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돈에 대한 욕심,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성공’에만 몰입되어 ‘직업윤리’를 간과하였다. 예를 들어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환자를 수익적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소중한 일을 하는 만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상징적으로 의술을 인류봉사에 이바지하고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 한다는 맹세를 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의사들의 사명감에 감사하고 신뢰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공직자도 마찬가지이다. 공무원으로 대표되는 공직자의 삶 속에 ‘공정’을 하나 둘 씩 빼다보면 높이 쌓인 블록이던 낮은 블록이던 언젠간 균형을 잃고 무너져 내리고 만다.

요즘 MZ세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 중의 하나는 ‘공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고도 성장에 묻혀 ‘공정’이란 가치는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이제 ‘공정’을 얼마나 더 촘촘히 적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회 갈등지수를 낮춰 앞으로 더 한걸음 나아가느냐 아니면 후퇴하느냐가 결정된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공정’을 실질적으로 집행하게 되는 공직자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높은 청렴의식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사로운 온정이 ‘예외’가 되고, 한 번 ‘봐주기’는 관행이 된다. 관행이 되면 부끄러움이 없어지고, 부끄러움을 모르면 뻔뻔해진다. 이러한 ‘부조리’는 쌓이고 쌓여 결국 그 피해를 우리 다음세대들이 고스란히 떠 앉게 된다. 내 아이가 공정하지 않은 사회의 룰에서 첫 발을 내딛어야 한다면 그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공직자의 ‘청렴’은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국립이천호국원은 매년 1월 1일 ‘청렴 서약식’ 선서로 시무식을 대신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시고 헌신하신 국가유공자를 기리고 선양하기에 앞서 전직원들은 ‘청렴’ 의지를 다잡고 한 해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다짐들이‘든든한 보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시고 헌신하신 국가유공자가 계셨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는 것처럼, 공직자들도 나라를 위해 기여를 할 수 있다. ‘청렴의지’를 다잡아 사명감으로 작은 일이지만 묵묵히 해 나아간다면 그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더욱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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