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eTV뉴스] 한국 구상조각을 대표하는 1세대 작가로 미술사적 명성을 확립한 고(故) 민복진 조각가의 작품을 기증받아 만들어진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이 오는 3월 개관한다.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경기 양주 출신으로 한국 조각계 거장 반열에 오른 민복진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특유의 작품 철학을 조명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 건립 중인 공공미술관이다.

민복진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한국 현대조각을 이끌며 한결같이 어머니의 사랑, 가족 간의 조화를 무한한 영감의 대상으로 삼아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한국 조각사에 한 획을 그은 민복진의 업적과 철학을 기리고 조각 미술의 정수라고 불리는 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을 소개한다.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전경.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전경.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개관…민복진 조각가의 삶과 예술 재조명

경기 양주 출신의 조각가 민복진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한국 현대조각을 이끌며 한결같이 어머니의 사랑, 가족 간의 조화를 무한한 영감의 대상으로 삼아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지난 2016년 작고한 민복진 조각가가 잠들어 있는 양주시 장흥면에는 그의 정신을 잇기 위해 건립 중인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양주시는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 기회를 독려하고 시민과의 문화적 접점을 더욱 확장해 나갈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건립에 총 29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2에 위치한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부지면적 1980㎡, 연면적 895㎡로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에는 225㎡ 규모의 기획전시실이 있고 2층에는 221㎡ 규모로 개방형 수장고 형태의 상설전시실이 있다.

또한 2층 전시실과 연결된 테라스에서는 민복진 조각과 함께 아름다운 장흥의 자연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은 개관전 ‘민복진, 사랑의 시대’를 시작으로 조각가 민복진이 생전 기탁하고 지난 2016년 유족이 기증 확약한 400여점의 작품과 자료 등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주제기획 전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개관전과 연계해 민복진의 대표작 ‘자장가’에서 영감을 얻어 마련한 북큐레이션 공간 ‘룰라바이 라이브러리’ 운영을 통해 미술관 개관전의 의미를 강화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민복진 조각과 예술서적을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조각미술을 전시하고 연구하는 전문기관으로서 한국 조각미술의 발전을 위해 국제 교육 전시와 학술 기능 등을 강화해 민복진 조각가의 삶과 예술을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브랜드화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시민이 미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대중친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민복진 모자상.
민복진 모자상.

한국 현대조각의 거장, 민복진(閔福鎭, 1927-2016)

민복진 조각가는 전형적인 인체 구상조각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비정형적인 추상조각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구축한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이다.

한국 1세대 조각가 김복진, 김경승, 윤효중 등에 영향을 받은 2세대 조각가로 백문기, 윤영자, 전뢰진, 김영중, 최만린, 최종태 등과 함께 민복진은 한국 조각사의 근대와 현대를 잇는 가교의 시대를 대변한다.

1952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에 입학한 민복진은 1953년부터 본격적으로 윤효중에게 조각을 배우기 시작하며 조각에 입문했다.

홍익대 재학시절 민복진은 1953년 열린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무제’를 출품해 입선했고 1958년 조선일보 주최 현대작가전에 초대되면서 조각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나갔다.

또한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 조각미술 발전을 위해 결성된 목우회, 한국구상조각회, 신상회(新象會) 등의 단체 활동으로 국내 조각계 중진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979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그랑팔레에서 열린 ‘르 살롱(le Salon)’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해외 교류 조각 전시에 다수 참여하는 등 해외로도 그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갔다.

당시 예술가들이 교직 생활을 병행하며 작가로 활동했던 것과 달리 전업 작가로서 평생 일관된 주제 의식 속에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그는 50대 중반이 된 1984년에서야 비로소 첫 개인전을 가졌는데 조각에 입문한 지 30년 만의 첫 개인전은 민복진이 품고 있는 예술가의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자 예술에 대한 그의 진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전시실 내부.

민복진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가치 ‘사랑’

차가운 돌과 청동에 따스한 온기와 위안을 담아온 민복진의 작품세계는 공공조형물과 일반 조각품으로 나눌 수 있다.

민복진이 단독 제작한 최초의 공공조형물은 1961년 고려대학교에 설치한 ‘4·18 학생혁명기념탑’이다.

그 밖에 대표적인 공공조형물로는 김경승과 함께 제작한 ‘김구 선생 동상’(1969, 남산 광장)과 ‘이승훈 선생 동상’(1974), ‘매헌 윤봉길 의사상’(1975, 충남 충의사), ‘고당 조만식 선생상’(1976, 어린이 대공원), ‘명성왕후 숭모비’(1981, 경복궁) 등이 있다.

그의 일반 조각품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 철사와 납 등을 사용한 재료와 형식 실험시기를 제외하면 모자상, 가족상 등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일관성 있는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평생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반복하고 탐구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민복진은 그의 삶과 예술을 통해 사람을 향한 믿음과 인류에 대한 긍정의 힘을 보여준다.

민복진에게 조각은 무생물인 돌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이며 이 행위는 어머니와 아들이 맺고 있는 원초적 사랑과 등가의 것으로 그의 삶과 예술의 집약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볼 수 있고 현재 우리의 삶에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민복진의 인간애적 예술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계영 양주시립미술관장은 “우리 미술관은 양주시 출신 조각가 민복진의 일생과 혼을 기리는 지역 대표 공공미술관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민복진의 예술성을 알리는 다양한 전시, 연구, 행사 등을 개최할 것”이라며 “시민 모두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도시, 감동양주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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