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을 그린 여러 초상화를 한 자리에 모아 살펴보는 자리
‘조영복 초상’ 등 보물 4점을 비롯한 30여 점의 초상화 소개

[경기eTV뉴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관장 김기섭)은 오는 12월 7일에 초상화 기획전 《열에 일곱七分之儀》을 개막한다. 대표작 <조영복 초상(趙榮福肖像)>을 비롯한 보물 4점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8점 등, 모두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 인물을 그린 여러 초상화를 모아 살펴봄으로써, 조선 시대 초상화가 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방식을 조명한다.

경기도박물관 초상화 그리기 대회 수상작_신성규.
경기도박물관 초상화 그리기 대회 수상작_신성규.

‘열에 일곱’을 의미하는 ‘칠분(七分)’이라는 말은 예부터 초상화를 부르는 다른 명칭이었다. 이는 장역(張繹)이 송나라의 유학자 정이(程頤)의 제문에서 초상화를 가리키며 “칠분의 용모가 있다.”고 말한 구절에서 유래한 것이다. 뛰어난 초상화는 사람의 한 부분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담아낸다. 그럼에도 필연적으로 한 장의 그림은 사람의 일부, 곧 ‘열에 일곱’ 만을 그려낸다는 의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같은 인물을 그린 다른 초상화들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각각의 초상화는 같은 대상을 표현하면서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인물을 그려낸다. 이는 곧 모든 초상화가 한 사람의 서로 다른 마음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초상화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각기 다른 일부를 공교하게 잡아내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시는 모두 다섯 개의 부로 구성했다. ▴1부 ‘칠분의 구현’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두 점의 <조영복 초상>을 통해 그림이 인물의 서로 다른 부분을 잡아 표현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이지당(二知堂) 조영복은 숙종 대부터 영조 대에 이르기까지 관직에 있었던 문신이다. 그의 초상화 두 점은 같은 해에 완성됐음에도, 유배 중인 조영복의 모습과 관직에 돌아온 이후의 모습을 각기 다른 형식으로 그려냈다. ▴2부 ‘조영석과 진재해’는 <조영복 초상>을 그린 명망 높은 두 화가를 소개한다. 조영석(趙榮祏)은 조영복의 동생이자 당대 가장 명망이 높았던 선비 화가이며, 진재해(奏再奚)는 임금의 초상을 그린 어진화사로 잘 알려졌던 화원이다. ▴3부 ‘한 사람, 두 개의 모습’은 한 인물을 그린 서로 다른 초상화를 한자리에 모아 봄으로써, 그림에 담긴 각기 다른 마음을 살펴보는 자리이다. 각각의 초상화에는 개인의 서로 다른 정체성이 시각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4부 ‘각기 다른 얼굴, 서로 다른 빛깔’에서는 박물관의 다양한 소장품 초상화를 통해 그림이 정체성을 시각화 하는 다양한 양상을 살펴본다. 공신도상의 이모 전통과 성현 이미지의 전승, 20세기 이후 초상화의 제작 양상 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5부 ‘오늘, 우리의 초상’은 《2021 경기도박물관 초상화 그리기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작품과 수상 어린이 인터뷰를 영상으로 소개하고, 이를 통해 지금 시대 초상화의 모습을 확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부의 설명 글은 줄이고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이 직접 소개하는 전시 해설 영상을 게시함으로써, 조금 더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의 이름표에는 QR코드가 표기되어 있어, 더 많은 설명을 원하는 관람객은 작품에 대한 상세 설명 및 세부 이미지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며 이제 전통적인 의미의 초상화가 그려지는 일은 매우 드물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이미지로 남긴다. 그림의 자리는 사진과 영상이 대신하고, 휴대 전화 화면과 온라인 플랫폼이 그 바탕이 돼준다. 만들어진 시기나 매체와 무관하게 모든 초상은 인물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12월 1일, 취임한 경기도박물관 김기섭 신임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의 뜻과 마음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옛 초상화가 가지는 친근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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