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치유가 공존하는 DMZ의 생태·문화·역사적 의미와 가치 전파 위해 기획

[경기eTV뉴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1 Let’s DMZ 평화예술제 :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 보고전이 경기도미술관에서 개막한다.

2021 Let’s DMZ 평화예술제 :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전이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2021년 5월 20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됐다. 하루 평균 2156명(추정인원)이 전시 현장을 찾았고, 총 5만8220명이 전시를 관람했다. 코로나19로 대면 프로그램과 퍼포먼스 공연이 축소되거나 취소됐지만, 경기도미술관은 퍼포먼스 공연을 영상으로 제작했고, 다양한 작품을 더 많은 도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보고전’을 준비했다. 당초 이 전시는 남북교류와 평화ㆍ통일의 중요성을 알리고, 분단과 치유가 공존하는 DMZ의 생태ㆍ문화ㆍ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기획됐다. 또한 ‘6ㆍ15남북공동선언’(2000.6.15.)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2018.4.27.)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이기도 하다.

DMZ아트프로젝트_210930_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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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주제 ‘다시, 평화’는 환하게 열렸다가 닫혀버린 남북 간의 현 상황에서 그야말로 ‘다시,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면서, ‘다시, 열림(開闢)’처럼 한반도에 완전하고도 영구적인 새로운 평화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우리 민족의 뜻과 소망이 담겨 있다.

임진각 평화누리는 자유로의 북쪽 끝이자, 통일로의 첫 시작점에 위치하는 ‘평화로(平和路)’의 중간지대이다. 그 중간지대는 남과 북이 ‘하나로’, 자유로와 통일로가 ‘하나로’, 대립과 반목이 ‘하나로’ 만날 수 있는 평화의 상징공간이었다. 평화(平和)의 뜻은 “서로가 둥글게 둘러앉아(平) 함께 밥을 먹는다(和)”는 뜻이기도 하니, 한반도에서 평화는 둘이 아닌 하나일 것이다.

정전(停戰)에서 종전(終戰)으로, 그리고 ‘다시,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큰 역사적 자각이 필요할 것이다. ‘다시, 평화’를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은 유라시아를 향한 열린 길의 깨달음이며, 이산의 아픔을 가진 한민족의 소원이자 염원이고, 또한 그 ‘하나’는 “Let’s DMZ”라는 말에 담긴 능동성ㆍ미래지향성ㆍ공동체성을 묶어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임진각 평화누리의 전시가 경기도미술관에서 ‘보고전’의 성격으로 다시 열린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일상의 평화’를 복원하려는 의도 또한 이 전시의 취지이기에, ‘보고전’을 통해 하루하루 삶의 평화를 생각하면서 코로나19도 극복하면 좋겠다.

《DMZ아트프로젝트》는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작품들 중에서 상징성이 큰 작품들을 전시하였고, 임진각 평화누리에 전시된 작품들 중의 일부가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에 다시 전시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취소된 안은미컴퍼니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퍼포먼스 공연이다. 공연은 취소되었으나, 전시를 위해 새로 영상을 제작했고, 이번 보고전의 하이라이트로 이 영상이 처음 공개된다. ‘보고전’의 작가와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강익중의 평생의 꿈은 남북한, 그리고 세계의 어린이들의 꿈을 담은 그림으로 만들어진 <꿈의 다리>를 남북을 가로지르는 임진강에 만드는 것이다. 그의 이런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은 1999년 파주 헤이리에서 열렸던 <10만의 꿈>을 시작으로, 2001년 UN 본부의 <놀라운 세계>, 2016년 영구 템즈강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실향민의 꿈을 담은 작품 등으로 이어진다. 《DMZ아트프로젝트》에는 20여 년 넘게 구상해 온 작가의 <꿈의 다리>를 집의 형상에 담아낸 신작을 선보였다. 7천여 개의 꿈의 조각들이 붙어서 완성된 꿈의 집, <꿈의 다리>는 임진강에 실현될 그날, 평화와 공존이 실현될 그날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꿈의 다리>는 앞으로 2022년 5월까지 1년 동안 평화누리에 전시된다. 이 작품의 기록사진이 ‘보고전’에 전시된다.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있다, 1999, 컬러, 유성, 45분,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있다, 1999, 컬러, 유성, 45분,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정현의 조각 작품 <서 있는 사람>은 오래된 철로의 폐침목으로 제작한 인간 형상의 작품이다. 임진각 평화누리는 남북 간 끊어진 철로의 상징적 공간이다. 남북을 다시 ‘침목으로 잇는’ 평화적 상징이 이 형상조각을 통해 드러났다. 올해는 정전협정 68주년이다. 종전협정을 이루고 평화로 나아가는 상징을 더해 총 70개의 작품이 평화누리 언덕에 설치된 것이다. 240미터 넘게 줄지어 서 있는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분단의 장벽 앞에서 평화를 외치는 장엄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현장의 장면이 파노라마 사진으로 전시되며, 작품의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 내에 3점이 설치된다.

이영섭은 경기도 여주의 고달사지에서 ‘출토조각’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조각을 해 온 작가이다. 땅을 파고 음각한 뒤, 콘크리트 시멘트를 부어 묻어뒀다가 발굴하는 형식의 작품인 것이다. 경기도는 미륵신앙과 관련이 깊고, 특히 DMZ는 궁예의 후고구려가 있었던 공간이다. 미래 한반도의 통일조국을 상상하며 그의 발굴조각으로 제작한 6미터 크기의 대형 <어린왕자> 2점과 2.5미터의 <미륵> 2점이 평화누리 입구와 출구에 전시되었다. ‘보고전’에는 미륵 2점이 전시되고, <어린왕자>는 기록사진으로 전시된다.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2000년 1월 1일,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세계 73개국 방송사가 공동 제작한 밀레니엄 프로젝트 <2000 Today>에 MBC가 한국을 대표하는 영상으로 전 세계에 송출됐다. 당시 백남준은 “나는 한 마리의 호랑이로서 서구에 진출해 예술 현장에서 저들을 이기고 있으니 우리 민족도 세계사의 유래가 없는 분단국의 처량한 신세를 청산하고 이제는 어엿한 통일국가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총 45분 분량의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밤 12시 정각에 임진각 평화의 종이 21번 울리고 난 직후 평화누리 공원에서 상영됐다.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불편한 몸으로 ‘금강에 살어리랏다’를 직접 부르는데,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아온 작가의 뇌리 속에 남아있던 고국의 노랫가락을 서투르게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작가의 바램을 읽을 수 있다. 그 작품을 21년 만에 다시 대형 LED 전광판으로 평화누리 공원에서 상영하였으며, ‘보고전’에서도 이 영상작품을 그대로 볼 수 있게 설치했다.

무늬만 커뮤니티의 <UFO>와 <샹들리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상품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빛 조형작품으로 평화누리 내 카페 안녕 내부와 바깥에 설치되었다. 평화를 밝히는 작품의 상징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북의 미래를 새롭게 고민하면서, 향후 개성공단의 상황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모든 기업들의 소망과 염원이 담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보고전’에는 <샹들리에>가 전시된다. 한 달간 야외 현장에서 전시된 <UFO>는 훼손이 심해 기록사진으로 전시된다.

송창의 <의주로를 밟다>를 비롯한 회화 작품 6점이 평화누리 카페 안녕 2층에서 전시됐다. 송창 작가는 35년 넘게 ‘분단’을 주제로 작업해 온 경기도의 대표 작가이다. 특히 DMZ를 비롯해, 접경지역, 의주로, 6.25전쟁 유적지, 비전향 장기수 등 그가 주목한 풍경들은 고스란히 ‘분단미술’의 한 분야를 개척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평화누리는 실내 전시장이 없어 회화 작품을 더 많이 소개할 수 없었다. 이번 ‘보고전’에는 송창 작가의 작품 8점이 전시된다. 그의 ‘분단미술’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 외 깃발 설치 작업이 있다.

그 하나는 우리 전통의 조각보 이미지를 활용한 ‘조각보 깃발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제작한 최문수는 20여 년 넘게 깃발설치 작품을 해 온 몇 안 되는 국내 최고의 깃발설치 작가이다. 그동안 태극형상의 깃발로 대중에게 깊게 각인된 그의 작품이 이번에는 ‘조각보 깃발’로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되었다. 우리 민족의 전통 조각보는 자투리 천을 이용하기도 하고, 여러 색의 천을 조합하기도 하는데, 그 상징은 ‘조각조각을 이어서 하나로 잇는’ 것이라는데 있다. 남과 북을 평화로 잇고, 흩어진 이산을 잇고, 갈등과 대립을 화해로 잇듯이 이번 작품은 여럿을 하나로, 하나를 여럿으로 보여주는 깃발작품이다. 이번 ‘보고전’에서는 경기도미술관 2층 야외 데크 회랑을 이용해 작품을 설치해서 선보인다.

두 번째 깃발설치는 DMZ 주제의 회화와 시(詩)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디자인 작업이다. 1980년대 이후 많은 작가들이 DMZ를 주제로 작업을 해 왔는데, 김재이, 김태룡, 용세라, 제임스 채, 채병록 등 5명의 디자이너들이 그것을 해석해 각각 “색(色)”, “흐름에서 율동으로”, “다시 바라보기”, “평화의 구체시”를 주제로 각 25개씩 총 100개의 깃발작품을 제작했다. <100개의 바람>으로 세워진 이 100개의 깃발작품은 평화는 물론, 자연ㆍ생태ㆍ환경의 DMZ를 보여주었다. 100점의 깃발이 아카이브로 정리되어 전시되며, 이 중 4개 주제의 대표 작품 한 점씩이 설치, 전시된다.

안은미의 춤은 한국 전통의 경계를 넘어 세계와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준다. 북한의 춤-미학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미래의 춤-세계에서, 예상치 못한 양태로 자라날 무궁한 힘을 지닌, 아시아 공통의 문화적 자산이다. 오랫동안 금기처럼 느껴졌던 북조선의 무용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서구의 다양한 무용 언어와 장르가 허용되는 남한의 상황과 달리, 『조선민족무용기본』에 따라 구성된 북한의 춤-미학은, 통일 한반도시대를 상상하고 전망하는 오늘의 현실을 새롭게 보도록 유도한다.

<바디콘서트>와 <피버>,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두 가지 작품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바디콘서트>는 인간의 몸과 춤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율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고자 만든 콘서트 형식의 작품이다. 신나는 퍼포먼스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관객들로 하여금 흥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지만, 작품이 끝나갈 때 즈음 무용수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역동적인 호소력은 춤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피버>는 ‘살아있는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한국의 전통 예술적 요소를 앰비규어스만의 독특한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모든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중독성 강한 전통음악 장단을 바탕으로 한 디제잉과 태평소 시나위, 소리꾼의 가창이 라이브로 연주되며 그에 맞춰 무용수들의 독창적인 움직임이 더해져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진각 평화누리 카페 안녕에서 주말마다 진행된 문학공연 영상, 작가 인터뷰 영상, 전시 스케치 영상 등 영상 아카이브와 사진 아카이브를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다. 또, 현장에서 체험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던 강익중의 <꿈의 다리> 프로그램 결과물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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