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심 강남구의회 의원[기고]

[경기eTV뉴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도 달라진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게 하고 있다.

2021년 1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구는 전 세계 1억명을 넘어섰고, 215만명이 코로나19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이 유례없는 사태 속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세계가 주목한 ‘K-방역’의 성과와 잘 갖춰진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는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 그 피해 규모가 적고 부러움을 사고 있는 현실인 것은 맞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바이러스 감염을 겪으면서 우리는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난 해 대구에서는 급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 부족으로 나흘 동안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가 자택에서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비단 대구지역 뿐만 아니라 국내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환자가 600명에 육박했을 경우에는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중 8명의 환자가 자택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런 뉴스 보도는 우리로 하여금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을 넘어 자칫하면 치료받을 기회조차 가져 보지 못한 채 입원만 기다리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한계로 꼽히는 공공의료기관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총 221개로 전체 의료기관 대비 5.1%, 공공의료기관 병상비율은 8.9%로 OECD 가입국중 최하위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회보험방식 국가인 일본(26.4%), 독일(40.6%)과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비율을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게 부족한 공공병원에서 코로나19 입원환자의 77.7%를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도 지역별로 편중되어 전국 70개 진료권 중 27개에는 공공의료기관이 전혀 없다.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에서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유행한다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로도 신종 감염병이 앞으로도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최근 신종 감염병이 유례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기후 온난화로 인해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속에 갇혀있던 이제껏 발견된 적 없는 미생물과 바이러스들이 새로운 전염병을 창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한계와 위협 속에서 우리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통해 신종 감염병 발생 시 지역 내에서 안정적 진료가 가능하도록 감염병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의 가치는 비단 전염병 대응에만 있지 않다. 공공의료기관이 확충되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내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지역간·계층간 건강 격차가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건강수준이 높아져 건강보험 지출 감소와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강남구립 요양병원의 경우 코로나 확진자 전담 병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요양병원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해당 병원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병원으로 보호자, 주민 등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각 지자체에서 전염병 전담병원 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최근 공공의료 강화방안으로 지방의료원을 신·증축해 2025년까지 공공병원 병상 5000여개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공공병원 설립에 장애요인이 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완화 또는 면제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필요한 후속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감염병 유행이라는 위험에 직면한 지금,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사회보장기본법 제 1조를 국가가 공공의료 확충을 통해 실현해야 할 때이다. 부디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우리나라가 더 나은 보건의료체계로 개선해나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경기eTV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