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eTV뉴스] 여주 평화의 소녀상 건립

일제강점기 16살 어린 나이에 끌려가 싱가폴과 미얀마 등지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니가 평화의 소녀상이 되어 꿈에 그리던 고향 여주에 돌아왔다.

극악했던 일제 만행의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미래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건립된 ‘여주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의 전쟁 범죄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이용녀 할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다.

2019년 2월 22일 출범한 여주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대표 서종훈)을 주축으로 여주시민 565명과 120개 단체가 1년여 동안 모금한 4천9백만 원으로 추진된 이번 ‘여주 평화의 소녀상’은 여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영선 작가가 약 10개월에 걸쳐 제작했으며 지난 8월 7일 여주 세종로 한글시장 입구에 설치됐다.

가로 200cm, 세로 130cm, 높이 220cm의 브론즈(청동) 소녀상과 화강암의 받침대와 배경석으로 구성된 여주평화의 소녀상은 자유와 평화의 이상이 실현된 시대, 새로운 역사의 출발과 먼저 떠나신 할머니들의 넋이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편히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나비와 일본 침략이라는 거센 역사의 바람에 맞서며 꿋꿋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소녀상 오른 손에 놓인 작은 새는 평화와 희망을 상징하고, 손을 높이 들어 새를 받들고 있는 모습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 촉구를, 주먹을 힘껏 쥔 왼손은 한 순간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할머니들의 숭고한 삶의 의지를 의미한다는 것이 작가의 제작의도다.

여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제75회 광복절인 8월 15일(오전 11시) ‘여주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한글시장 입구에서 열리는 제막식에는 이항진 여주시장을 비롯해 김선교 국회의원, 박시선 여주시의회 의장 등 지역의 각급 기관단체장과 이영선 작가, 이용선 할머니 가족, 시민 등 50여명이 참석한다.

방송인 김미화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제막식은 김미진 등 지역 무용인들, ‘이등병의 편지’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가수 김현성씨, 타악그룹 ‘야단법석’ 등이 식전행사를 펼친다.

이어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경과보고, 작가의 작품 해설과 함께 이용녀 할머니의 둘째 아들인 서병화씨가 ‘어머님께 드리는 글’을 여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낭송하고, 여주 평화의 소녀상 주제곡인 허진 작곡의 ‘가거든’을 여주평화의소녀상 청소년 오디션에서 우승한 김효린 양이 부르며 이용녀 할머니를 추모하는 시간도 갖는다.

여주시는 이번 제막행사를 위해 의회 승인을 거쳐 제막행사 보조금을 지원하고 여주평화의 소녀상 공공조형물 건립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항진 여주시장은 “아픈 역사의 굴곡에서 젊음과 꿈을 송두리째 빼앗긴 할머니들의 넋을 위로하며 특히 여주평화의 소녀상으로 돌아온 이용녀 할머니가 고향 여주의 품에서 편히 잠드시길 기원한다”고 말하고, 미래 세대들에게 국가의 중요성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조각으로 영원하기를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주 출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니

1926년 2월 10일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난 故 이용녀 할머니는 열여섯 살인 1941년 강제 연행돼 싱가폴과 미얀마 등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고초를 겪다가 해방 후 랑군수용소를 거쳐 1946년 부산항으로 귀국한다.

1992년 나눔의 집에 입소한 후 쭉 지내다가 2000년 12월 7일 일본 도쿄 구단회관에서 열리는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법 국제법정’과 2000년 9월 18일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위안부 관련 소송 원고 1명으로 참석하는 등 국내외 증언을 통해 일본의 전쟁 범죄 고발과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다.

할머니는 피해 후유증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2012년 12월 나눔의 집 퇴소 후 아들과 살다가 2013년 8월 13일 타계했다.

여주 평화의 소녀상 제작한 이영선 작가

이영선 작가는 ‘여주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재료비 외에는 어떤 보수도 받지 않고 재능기부로 작품을 제작했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평소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맘이 편치 않고 안타까웠는데 이번 소녀상 건립 모금을 한 사람들 중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도 뭔가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좋은 작품이 나와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래 전 광주교도소에 세운 조형물에 이어 ‘여주 소녀의 평화상’이 두 번째 재능기부 작품이라는 이영선 작가는 전남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으며 8회 개인전, 국내외 아트페어 13회 참가, 그룹전 150여회에 참여한 중견작가로 25년 째 가남읍에 거주한다.

2012년 경기예술대상 미술부분 대상, MBC구상미술대전, 대한민국대상전 등에서 수상하고 한국미협 경기도 여주지부장과 경기지회 부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남대학교 등에 출강하며 리 조각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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