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부동산이 세금 적게 내는 불공정 공시가격제도 개선해야”

[경기eTV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현행 공시가격제도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 과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예고한 가운데 경기도가 구체적 대안을 마련,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출범한 경기도 부동산정책위원회와 7개월간의 정책과제 협의를 통해 현 공시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한 개선안을 마련, 이달 중으로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경기도의 공시가격제도 개선안은 모두 4가지로 ▲표준지·주택 조사·평가 권한 시도지사 위임 ▲비주거 부동산 공시제도 조속 시행 ▲주택 공시비율 80% 폐지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 등 가격조사 용역 추진 등이다.

먼저, 도는 정확한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을 위해 표준지·주택 조사·평가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다.

공시가격은 말 그대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증한 부동산 가격이다. 국토부는 전국 토지 50만 필지와 주택 22만호를 선정해 단위면적당 가격을 조사한 후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조사대상인 50만 필지와 주택 22만호가 이른 바 표준지, 표준주택이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발표하면 각 기초자치단체는 이를 토대로 지역별로 개별 주택과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을 산정해 개별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경기도에서는 토지 6만 필지와 주택 2만6천호가 표준지·주택으로 사용된다. 이런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 산정의 지표로 사용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첨부 1 참조)

문제는 이런 공시가격이 부동산 유형과 가격에 따라 시세반영률이 달라 공정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도내 부동산을 대상으로 공시가격이 실제 거래가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나타내는 시세반영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유형별로 단독주택은 51.6%, 공동주택은 66.9%, 토지는 64.4%로 나타났다. 이는 실거래가 100원인 주택의 과세기준이 단독주택이면 52원, 공동주택이면 67원으로, 공동주택 소유자가 더 많은 세금과 부담금을 낸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 가격 구간별로도 나타나는데 실거래가 9억 원 이상 주택과 3억 원 이하 주택의 시세반영률을 비교한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단독주택은 9억원 이상 48.3%, 3억원 이하 56.1% ▲아파트 9억원 이상 58%, 3억원 이하 68.4%로 나타났다. 토지도 마찬가지여서 ㎡당 3백만원 이상은 50.8%, 10만원 이하는 73.6%로 가격이 낮을수록 더 높은 과세기준 적용을 받게 된다. (첨부 2. 참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비싼 땅, 비싼 집에 살수록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셈”이라며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하고, 불로소득을 조장하는데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기도는 국토교통부가 표준지·주택을 선정해 공시가격을 정하고 있지만 기간과 인원 부족으로 정밀한 조사와 평가에 한계가 있어 거래금액 전 구간별 큰 편차가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첨부 3 참조)

이에 따라 도는 지역실정에 밝고 현장 접근성이 뛰어난 시도지사에 표준지·표준주택 조사·평가 권한을 위임하고, 국토교통부는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면 공정한 공시가격 산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첨부 4 참조)

두 번째, 비주거 부동산 공시제도의 조속 시행은 과세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조치다.

현행 제도는 토지와 주택의 경우 공시된 가격으로 세금을 부과하지만 상가나 업무용 대형 빌딩 등 주거목적 이외의 부동산은 공시가격이 없다. 때문에 각 지자체와 국세청이 산정하는 ‘시가표준액’과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데 이런 산정방식이 실제거래가격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동일한 건물이라도 1층과 2층 등 층별로 실거래가가 다른데도 동일한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문제다. 경기도 분석결과에 따르면, A시 소재 B상가의 경우 분양가는 1층이 ㎡당 864만원으로 가장 높지만 분양가 대비 시가표준액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지하 1층의 분양가는 ㎡당 79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시가표준액이 136%에 달했다. (첨부 5 참조)

문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2016년 비주거용 부동산도 공시가격을 발표하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현실적 어려움으로 아직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비주거용 부동산 소유자는 일반 주택이나 토지소유자에 비해 고소득자지만 공시가격이 없어 세금 부담 비율이 낮은 편”이라며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한 제도인 만큼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주택가격 공시비율 80% 폐지다. 공시비율은 평가금액에 일정비율을 곱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행 주택에는 공시비율 80%를 적용하고 토지는 산정가격을 그대로 공시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토지와 건물을 합친 개념인 주택이 오히려 토지보다 공시가격이 싼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실제로 경기도 분석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C시 소재 D주택의 경우 2019년 주택공시가격은 7억원인 반면 토지 공시가격은 8억원이었다. 건물과 토지를 합친 주택공시가격이 토지 공시가격보다 1억 원이 낮은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경기도는 공시비율을 폐지하면 이러한 문제는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내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 등에 대해 전문기관에 가격 조사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고가 부동산 거래가 거의 없고 특히, 비주거부동산의 경우 평가 작업이 힘들어 실거래가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용역을 통해 비주거 부동산 가격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확보한다면 공평과세의 기반을 다지고 도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공시가격 제도개선은 이재명 지사가 추진하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면서 “경기도는 국토보유세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과세기준인 공시가격제도의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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