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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재빈 기자
  • 승인 201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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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한국폴리텍 대학 안성여자캠퍼스 학장. 정치학 박사)

▲ 김상회 학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흥행실적을 올린 대작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관객들에게 대단히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왜? '하찮은‘ 병사 한명을 구하기 위하여 수십명의 군인들이 희생되어야 할까?

영화에서 조명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보여 주는 미군의 용맹성은 가히 경이롭다. 평소에 그토록 인명을 소중히 여기는 미국인들이 그토록 야만적인 상륙작전에서 목숨 걸고 뛰는 것을 보면 기이하게도 느껴진다.

혹시 그런 상륙작전 장면이 ‘영화적 과장’이거나 ‘무협영화적 과장’이 아닐까 의심해 볼 수도 있지만,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스필버그 감독의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미국의 저명한 전쟁학자 스티븐 앰브로즈(Steven Ambrose)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대한 연구 저작물인 ‘어떤 병사도 버려두고 가지 않는다(No Soldiers Left Behind)’를 원작으로 하고 영화 제작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자문을 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그저 한 명의 일등병에 지나지 않는 ‘라이언’을 구하러 수십 명의 동료 병사들이 목숨을 걸면서 부대원들 사이에도 갈등과 불평이 생긴다. “과연 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다른 병사 수십 명을 희생시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앰브로즈의 대답은 간명하다. 그의 저서 제목인 ‘No Soldiers Left Behind’가 미군의 기본 원칙이며, 이 원칙이 바로 미군의 용맹성을 떠받치는 지주라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 발발 당시만 해도 이라크가 자랑하는 ‘혁명 수비대’가 미군의 진격 앞에 그토록 지리멸렬, 한번 제대도 싸워 보지도 않고 도주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이라크 병사들은 인명을 경시하는 난폭한 독재자 후세인이나 이라크군이 자신들의 운명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지켜 주리라는 신뢰가 없었기 때문에 도주한 것이다.

전사자나 실종자들에 대한 국가의 대응 방식도 이러한 관점에서 정립돼야 한다. 불가피한 전쟁 속에서 국가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병사들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그 시신만이라도 ‘구하겠다(Saving)’는 의지를 보여 주어야 병사는 비로소 국가를 믿고 충성을 바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강이었던 로마제국은 그 수많은 전쟁의 실종자와 전사자 시신 수습과 본국 송환에 집요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기록된다. 지금의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전사자 유해발굴 노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지난 5월 우리의 6.25 전사자 유해 12구가 6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난 5월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포로가 된 길라드 샬리트 병장 한 명을 석방시키기 위하여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1,027명을 풀어주는 결단을 내렸다. 이러한 마음가짐과 노력이 로마와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대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고, 적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사회 각계각층의 병역기피, 면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의 ‘불바다’ 위협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보훈의 달과 63번째 6.25 기념일을 맞는다.

튼튼한 안보를 위한 군사력이란 단순히 병사의 수와 최신 무기체계의 확립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병사의 ‘사기(morale)’는 국가가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끝까지 지켜 주리라는 믿음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 2011년 우리 국군이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하고 이번에 송환된 12구의 전사자 유해를 예우를 다하여 현충원에 안장한 것은 늦었지만 의미있는 사업일 것이다.

‘보훈의 달’에 6.25 63주년을 맞이하면서 ‘보훈(報勳)’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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